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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의 뿌리는 1839년 설립된 섬유 제조 회사에서 시작됩니다. 1955년, 해서웨이 매뉴팩처링과 버크셔 파인 스피닝 어소시에이츠가 합병하며 현대적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섬유 산업은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었고,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했습니다. 이 회사의 운명을 바꾼 것은 1962년 워런 버핏의 등장이었습니다. 버핏은 회사가 섬유 공장을 청산하면서 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버핏은 당시 경영자였던 시버리 스탠턴에게 주당 11.50달러에 주식을 팔기로 구두 합의했으나, 서면으로 받은 제안 가격은 주당 11.375달러로 약간 낮았습니다. 이 제안에 분노한 버핏은 주식을 파는 대신 오히려 더 많은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해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스탠턴을 해고했습니다. 훗날 버핏은 이 감정적인 투자가 자신의 가장 큰 실수였다고 회고했지만, 이 결정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 회사로 변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1967년 보험업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1985년에는 마지막 남은 섬유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며 과거와 단절했습니다.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 사업에서 창출되는 '플로트(float,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보험금으로 지급하기 전까지 운용할 수 있는 자금)'를 활용해 가이코(GEICO) 자동차 보험, BNSF 철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등 우량 기업들을 인수하며 거대한 복합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1965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9.8%라는 경이로운 주주 수익률을 기록하며 S&P 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10.2%)을 압도했고, 2024년 8월에는 비기술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오늘날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야기할 때 창업자는 단연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을 의미합니다. 그는 1930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투자에 비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 투자'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그는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해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습니다. 그의 투자 철학은 단순한 재테크 기법을 넘어, 사업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동행하는 경영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겸 CEO로서 50년 넘게 회사를 이끌며 독보적인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그의 곁에는 2023년 타계하기 전까지 부회장으로서 지혜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찰리 멍거(Charlie Munger)라는 평생의 파트너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단순한 투자 수익률을 넘어 정직, 신뢰, 합리성을 강조하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구축했습니다. 버핏이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은 재치 있는 문체와 깊은 통찰력으로 전 세계 경영인과 투자자들의 필독서가 되었습니다.
워런 버핏의 경영 방식의 핵심은 분권화된 구조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에는 소수의 직원만이 근무하며, 각 자회사의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전적으로 위임합니다. 이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관료주의를 방지하는 버핏만의 방식입니다. 또한, 그는 막대한 부를 쌓았음에도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고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며 '기부의 아이콘'으로도 존경받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2025년 연말 은퇴를 예고하면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포스트 버핏' 시대의 리더십과 회사의 연속성에 쏠려 있습니다. 버핏은 후계자로 비보험 부문을 총괄해 온 그레그 에이블(Greg Abel)을 CEO로 공식 지명했으며, 자신의 장남인 하워드 버핏(Howard Buffett)이 비상임 회장으로서 기업 문화를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승계 계획은 버핏 없이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핵심 가치와 성공 공식이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미래에 대한 버핏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단서입니다. 2025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씨티그룹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도 줄이는 등 은행주 비중을 축소했습니다. 이는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주류 및 음료 업체인 콘스텔레이션 브랜즈의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안정적인 소비재 산업에 대한 신뢰를 보였습니다. 포트폴리오 1위인 애플 주식은 변동 없이 유지하며 기술주에 대한 장기적 믿음을 재확인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현금성 자산의 활용 방안입니다. 2025년 3월 말 기준,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약 3,477억 달러(약 486조 원)에 달합니다. 이는 10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한 결과로, 버핏이 현재 시장을 고평가된 상태로 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막대한 자본을 미래 성장 동력이 될 대규모 M&A나 자사주 매입에 어떻게 활용할지가 그레그 에이블 신임 CEO의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버핏의 그림자를 벗어나 새로운 리더십이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거대한 배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쇠락하던 섬유 공장에서 출발해 워런 버핏이라는 위대한 투자자를 만나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복합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가치 투자라는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장해 온 버크셔 해서웨이가 새로운 리더십 아래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가며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